「어제는 아주 멋진 혼자만의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딸들과의 만남. 어느 누구 와의 만남보다 더더욱 값지고 반가운 만남. 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은 그런-. 난 정말 우리 딸들은 잘 키운 것 같애.
카레 요리로 조촐한 저녁을 지어 먹이고 같이 담소도 나누며 이런저런 커 나왔던 얘기 미래의 설계. 아이들 생각 또 내 생각. 무궁무진한, 그러나 질리지도 지치지도 않는 얘기를 밤을 새워 얘기하다 잠도 못 자고 출근을 해도 피곤하지도 지치지도 않고 오히려 더욱 살아가는 보람을 느끼는 만남. 가진 돈이 많이 없어 고속도로 비용 1,050원만 남기고 다 털어주어도 아깝지 않고 더 주지 못해 마음 아픈 그런 사랑.
가슴 가득 뿌듯하고 흐뭇함으로 헤어진 하루였다.」
- 엄마의 시 中...
내 나이 스물여덟, 엄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내 방 서랍에 남겨진 엄마의 일기장이 유일한 유품이었다.
입원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난 엄마의 유작과 같은 일기장에는 엄마로, 딸로, 여자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겪어왔던 인생이 진솔하게 적혀있었다. 때로는 한탄과 때로는 따스함의 일상을 담은 이야기, 담백한 사람 냄새와 은은한 꽃 향기가 어우러진 소박한 글에는 엄마의 진심이 가득 묻어나 있었다.
담담한 시처럼 쓰인 엄마의 일기장으로 모든 부모와 자식이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한 인간의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소소한 행복과 글 속에서 느껴지는 담백한 진심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글을 정리하였다. 또한 이 글을 읽는 만큼은 부모와 자식이라는 하나의 굴레에서 벗어나 떠난 이와 남겨진 이, 그리고 부모와 자식 간의 좁힐 수 없는 마음의 거리를 조율해 나가며 읽는 모두의 마음 깊은 곳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지나갔으면 좋겠다.
서른여섯의 평범한 여자이자 딸이다.
엄마가 나를 낳던 스물여덟에 나는 세상에서 영원히 엄마를 잃어버리고 이제는 결혼을 하여 엄마의 생애를 이해하고자 한다. 엄마로서 딸로서 여자로서 살아가는 인생은 어떠했을까, 엄마가 남긴 일기장을 보며 같은 여자로서 안타까우면서도 아낌없이 주던 그 사랑의 진심과 무게를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가만히 귀 기울이면 나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스치고, 그럴 때면 이 세상 모든 이들에게 엄마의 인생이 스며든 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세상 모든 엄마들, 그리고 딸들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치유의 글이기를 바란다.